이 모양, 저 모양

2010. 7. 12. 23:07
포항에 사는 이모는 권사님답게 식사 기도로 국물을 가볍게 식히곤 하셨다.
전체 기도로 시작해 우리 가정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간구와 축복 기도는 참으로 개인적이고 소망적이라서 국이 식은 것만 빼면 좋았다. 아빠, 엄마, 큰누나 순으로 내려오다보면 내 이야기는 마지막이기 때문에, 나를 두고 과연 어떤 기도를 하실까 하고 의례히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집중하게끔 만드는 기도였다.

지금이사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간간히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아가면서' 라는 구절을 자주 쓰신 기억이 난다. 각자의 삶, 인생을 그렇게 표현하셨던 것이다.

가끔 만나는 어느 부부의 있음직한(?), 비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듣고, 왜 '이 모양, 저 모양'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 에피소드를 꺼내지 않아서 이 글을 읽는 이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임을 이해하기 바라며. 어쨋거나 삶이란 것이 참 무정형일수록 정형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우리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아홉 번 틀을 다져도 열 번째에 무너뜨리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 삶이고 인생이고 또 그 긴장이 인간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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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말아주세요.

2010. 6. 12. 00:51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제발요.
Posted by 뚤뭇 :
아닌게 아니라 요즘, 구글 텍스트큐브 사업을 접는다는 발표로 인해 텍큐 세입자들의 볼멘소리가 툭툭 나온다. 나도 세입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블로거닷컴으로 간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뭐 나쁘진 않지만 주소도 바뀔 수 있다는 대목에서 슬쩍 기분이 안 좋아진다.

설치형 블로그가 아닌 이상, 가입형 블로그의 한계인가보다. 블로그를 쓰기로 결심하고 몇몇 블로그 서비스를 둘러보았을 때, 구글에 대한 기업이미지와 한국형 블로그 체계(사용자에게 친절)가 마음에 들어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게 끝을 맺다니. 흥.

이전부터 눈여겨 보던 워드프레스(wordpress)에 관심이 부쩍 생긴다. 워드프레스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셋팅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물론 가입형 블로그에 비해서 말이다. 나의 게으름을 비난하며 조금 부지런을 떨어본다면 워드프레스 이민도 가능할 것 같다. 노력을 들인만큼 자유를 얻으리라. 모종의 노하우도 함께.

이외에도 해킨토시, 리눅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베가스 등등 알고 싶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텍큐냐 워드프레스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어떤 툴을 쓰든지 간에 기획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니, 오히려 내 생각이라는 것을 펼치는 시점은, 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툴로 무엇을 표현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정말 새삼스럽게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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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 좋죠.

2010. 4. 21. 17:18
다 좋긴 뭐가 다 좋아.

흔히 출판계의 영업하시는 분들이 하는 말씀이지 싶다. 책은 다 좋으므로 잘 팔리는 책은 모두 내 탓~~
그러면 안 팔리는 책은 어쩌라고? 그건 몰라, 됐고.

나는 아무리 봐도 책은 다 좋치는안타고 생각한다. 성의없는 번역이나 전혀 입에 안 맞는 글은 좀.
나 같은 사람이 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기준은 모르지만 최저의 기준은 있는 것이다. 대체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멋진 책도 있는 것이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쨋든, 책은 다 좋죠란 말은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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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흐르는 순간

2010. 4. 21. 17:18
또 업무 이야기-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정적이 흐르면 난감하다.
정말 난감하다.
안그래도 그 상황에 잔뜩 긴장한 뇌는 끊임없이 사이렌 소리를 울린다.
이럴때일수록 혈액은 산소를 재빨리 공급해야하는데 정체현상이다. 사고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암울하다. 긴급하다. 구조가 시급하다.

그런데 여전히 정적이다.
Posted by 뚤뭇 :
업무상 만나면 좀 피곤한 사람이 있다.

나는 우리 회사 책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보겠다고 설명하면, 내 이야기 참 잘 듣고 거기에 대해서 적절한 반응을 하는 사람인데도 뭔가 눈에 핀이 안 맞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사람, 알고보면 책 내용만 가지고 업무를 하는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이를테면 술을 동반한 부가서비스를 곁들여야 비로소 일을 진행하는 사람인 것이다.

좀 피곤하다.

그럴거면 차라리 그런데서 만나자고 할 것이지! 그럼 애초에 시간 들여, 기름값 들여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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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적이 있듯이, 나는 매번 두려운 현실 앞에서 회피할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스스로 한계를 지을 때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절망감을 황홀경으로 점프한다.

몇 초간의 강력한 쾌감과 이어지는 현실감은 정상까지 단번에 치고 올라간 절정의 쾌락에서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허탈감. 매번 반복된다.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다고 하였던가?
흥, 이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면 뚤뭇 가라사대,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올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하나님 앞에서 적절히 다루어내지 못하면,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진실로 분쟁의 씨앗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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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니

2010. 3. 19. 00:30
어렴풋한 내 모습의 일부가 확연해진다.
적극적으로 수동적임,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음, 상대방에게 차분하게 말하지 못하고 긴장 ㅠㅠ

긴장할데로 긴장하다보니, 정작 중요한걸 까먹고 우선순위는 뒤바껴서 하나님은 온데간데 없고 유산균은 분노를 터뜨렸다.

이렇게 한달이 지났다.

이 환난 중에 감사한 것은, 그래도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과 뭐든지 다 해야한다는 설교 말씀.
기도를 통해 정신이 좀 든다. 멍때리고 살다가 뒤집어지는건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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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2010. 3. 16. 08:58
세상에는 과연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을까.
회사의 업무, 주어진 시간의 한 톨까지 주어담아도 모자랄 수 있는, 그래서 더 긴장
싼균과의 관계,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대체 누가 모르는가?
안전감은 무의식에 똬리를 틀고 은연 중에 행동으로, 입으로 새어나오는, 나의 의식과는 다른 차원의 것, 여전히 긴장하지 않으면 오늘의 사태가 일어나는.
긴장해야 한다는 긴장으로 위축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 늘어지더라도, 행여 긴장이 막장으로 기울더라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즐길 줄 아는.
Posted by 뚤뭇 :
국어시간에 꼭 나왔던, 그러나 전혀 와닿지 않았던 용어.

최근 들어 이 용어에 대해 감이 온다.

내 친구 중 한 녀석은 참 전형적인 인물이다. 공부를 재능있게 썩 잘하진 않지만 조용한 열정을 가지고 해나간다. 예상컨대 그 녀석은 아마 좀 더 어른이 되면 교수가 될 거 같다. 그 친구는 내심, 그걸 원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면, 의식 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내면의 외침일 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그가 교수가 되는 것이 커다란 도전이고, 수고스러운 일이겠지만, 사실 그 결과의 씨앗은 이미 예전부터 그가 가지고 있던 것.

그러므로 그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의 예상까지 맞는다면 전형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가 만약, 농부가 된다면?
오호라, 입체적인 인물일세.

이건 남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어찌보면 나에게 큰 도전이고 노력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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