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2015. 5. 23. 20:50

블로그 글이 한 동안(?) 뜸했다.

라는 문장과 '근황'이라는 제목이 평범한 나의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리는 군. 


요즘엔 블로그라는 말도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이지만 난 요즘도 꾸준히 파워블로거들의 글에서 많은 지식과 통찰을 얻고 있다. 그렇다 애플 관련 블로그 말이다. 아내가 그렇게 일상적으로 맹비난 하는. 


오늘 남포 교회의 박영선 목사님이 과거에 설교한 히브리서를 듣는 중에 요즘 느끼는 바가 있어 적어본다. 


아브라함이 아들을 바칠 때의 사건 말이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위대해서가 아니란 말이다. 아브라함의 귀한 아들을 하나님께 조금도 망설임 없이 드릴 정도로, 하나님은 귀한 분이란 걸 보여주는 사건이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표현이 이 장면에서 드러난다. 세상의 주인이 누구냐의 문제. 다시 말하면, 세상의 주인이 나인가? 아니면 하나님인가?


요즘 근 1년 가까이 한 곳에서 알바를 한 덕에 우리 가족이 파리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 파리의 높은 집세와 약간의 생활비, 그리고 몇 달에 한 번 갈 수 있을 정도의 여행비와 학비 등등을 해결해 준 고마운 알바였는데, 지난 달에 이 일이 끝날지 모른다는 얘기가 사무실에 돌았었다. (결국 다시 몇 달 더 하게 되었지만.) 한 동안 잊고 지내던 한국 귀국설이 다시 마음 속에서 올라왔었다. 꾸준한 수입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우리 집의 가계 구조인지라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뭐 그런 수순인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 기쁜 소식인데 이상한 맥락에서 이 얘기가), 아내의 뱃 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는 중이다. 막상 선진국에서 살아보니(상식이 일천해서, 프랑스는 그냥 내가 느끼기엔 선진국이라는 유행지난 단어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아이가 크는 환경이면 한국보다는 여기가 낫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마음이 갈팡질팡할 때 요즘 생각했던 한 잣대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자잘한 실패를 참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수 믿는 사람이면 모든게 잘 되야 한다는 관념이 주위에서 떠돈다.(여기서부터 말이 좀 애매해지는데, 정치적으로 각자 알아서 해석하시면 됩니다..)


예수를 믿으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패'를 선택해야 하는 때가 분명히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런 때를 요구하신다는 것을 나는 안다. 실패 안에 하나님과의 신뢰와 누림이 공존할 수 있다. 정말 이 표현이 요즘 시대에 그로테스크하고 사디즘처럼 느껴질 지 모르나, 언젠가 내가 이 주제를 가지고 나의 귀한 경험을 나누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지금도 그런 기회가 혹시 내 주위를 그냥 스쳐지나가고 있지 않은지 둘러본다. 성도의 일상 중에 하나님을 누릴 수 있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