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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전미연 (옮긴이) | 열린책들
양장본 | 150쪽 | 2002-06-15


일본 기업에서 상사를 대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조혜련이 일본에서는 항상, 깜짝 놀라며 앗! 앗! 을 계속 외치라고 하였던가.

아멜리 노통이 경험한 일본의 맥락은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시스템이랄까, 전체주의랄까,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다움은 서양의 코드와 어울릴 수 없단다.

개인-사회, 합리적-희생적
아멜리 노통이 '일본스러움' 혹은 '동양스러움'에 대해 생경하게 느끼는 것 만큼이나,
대체로 보수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대의를 더 중시하는 나의 성향(현실은 이게 아니더라도)은 지극히 한국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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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Attentat (1997)
공격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김민정 (옮긴이) | 열린책들 | 2005-07-10


공격


그는 너무 못생겼다. 그의 얼굴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가관이다. 외모지상주의의 허울은 누구나 뒤집어 쓰고 있음을 반증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추한걸 봤을 때의 찡그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그러고 넘어갈까. 오늘도 우리의 추남 카지모도는 자신의 외모가 붙여준 사회부적응자란 신분에 부적응하고 있다. 자신의 못생긴 얼굴이 영화계에서는 통할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가 발끝이 채 물에 닿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지만, 그곳에서 야수에게 다가온, 아니 다가왔다고 착각하게 만든 그녀.

 

어찔까나, 야수 카지모도는 김굴아를 뛰어넘는 특유의 독설과 빼어난 외모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성공 해버린다. 한편, 그의 미녀는 어디서 굴러들어온 뼉다구 같은 멍청한 미남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카지모도는 미녀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그녀는 지금까지 몰래 속앓이를 했던 야수의 마음을 알 턱이 있나, 이성관계에서 우정은 가능하다고 착각한 그녀의 순수함은 탓할 꺼리도 안된다.

 

카지모도는 자신의 추한 얼굴을 당당하게 들이대면서 얼짱이면 모든게 통한다는 사회에 정면으로 직격탄을 날렸고 그것이 멋지게 통했지만, 정작 그도 역시 미녀 앞에서는 다리에 힘이 풀릴 뿐.


이런 경우 뭐, 새롭지 않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고참이 되어 쫄병들을 괴롭힐 예비된 가해자 이등병 이 하나도 안 불쌍하고, 가진자를 욕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자기보다 없는 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만하다.


아, 끝도 없이 물고 물리는 세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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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Me'taphysique des Tubes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전미연 (옮긴이)
문학세계사 | 2002-02-15 | 189쪽 | 195*132mm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 이건 제목부터 자전적인 소설입네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혹은 진지해야 하는 주제도 아멜리가 손을 대면 경쾌한 리듬이 생긴다.
자살이라는 소재도 그녀에게는 먼저 음미의 대상이 되어야 할 만큼의 자신감, 이로 인해 자칫 무거움이 없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할 듯.

세살의 나이치곤 너무나 또렷하고 똠방진 그녀.
하지만 그 느낌이 지금의 나이까지 변함없이 이어진다는 것?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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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Robert des noms propres (2002)
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김남주 (옮긴이) | 문학세계사 | 2003-10-15
양장본 | 175쪽 | 190*1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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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Slaaf Kindje Slaaf (2006)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돌프 페르로엔 (지은이) | 이옥용 (옮긴이) | 내 인생의책 | 2009-05-29
양장본 | 104쪽 | 210*144mm




흑인 노예를 물건으로 취급하면서도 자신의 가슴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게도 말을 걸지 못하는 수줍은 백인 소녀. 혹은 그 당시의 가장 문명화된 소녀.

2백년 전에는 사춘기의 아리따운 소녀지만 지금에 와선 된장녀도 이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다.

이상하게도, 로베르 인명사전을 읽는 내내 이 귀여운 악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주인공, 플렉트뤼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내 알 바 아니요'라.
오로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대체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거야? 라고 끊임없이 자문하며 읽었으나 마지막에 뜬금없이 작가 자신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역시, 아멜리 노통브가 주인공이었어.

'저, 아멜리 노통브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정도의 기상천외한 삶을 산 사람은 되야 한답니다.'
죽음 마저도 아멜리에게는 세련되고 멋있어야 한다.

그녀를 보면 '아, 현대문학' 하는 인상이 정말 강하게 풍긴다. 시대에 너무 어울려서일까. 단지 새로운 새로움이라서일까.
아멜리 당신은 2백년 후에 문학계의 악녀로 판명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언뜻 들었지만, 그녀의 책을 재미있게 읽는 현재에 걱정할 일은 아니므로 일단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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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La Biographie de la faim (2004)
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전미연 (옮긴이) | 열린책들
2006-05-10 | 양장본 | 219쪽 | 195*128mm




아멜리 노통브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격렬한 배고픔에 대한 역사.

배고픔의 가장 기본은 역시 음식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배고픔이 있다.
어쩌면 우리네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 배고픔을 채우려하는 우우성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잠시 잊었던 나의 배고픔이 되살아났다.
마치 예전에 즐겨먹던 음식을 잊고 있다가 거리에서 그 냄세를 우연히 맡을 때,
뇌주름 사이 어딘가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그 모습,그 맛이 불현듯 표면 위로 쑥 올라오는 것이다.

까먹고 있었던 열정이랄까, 지식에 대한 욕심이랄까, 덕분에 새삼스레 뇌가 빠릿빠릿 돌아갔다.
단, 며칠 동안의 효력이었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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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파괴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김남주 (옮긴이) | 열린책들
2002-06-15 | 양장본 | 170쪽 | 182*103mm (B40)






표지의 그림을 보시라.
마주보지 않는 두 소녀의 짠한 모습이 피어있다.
짝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길 만큼, 어릴 때부터 여성성의 경계를 포함한 자기세계가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를 좋아했다. 당연한듯이.

사랑이란 언제나 임시명일 뿐이며 궁극적인 결과는 파괴에 이른다는 잔인한 내용인데도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녀의 자전적인 소설을 읽을 때는 박하사탕을 먹는 것 같은, 쓰면서도 상쾌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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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온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처음엔 엄두도 못 냈건만, 이젠 빙판길이 평소 같고 추위도 적응이 되버려서(옷 입는 요령이 생겨서;;) 자전거 타고 고고씽~

 

참고로 바깥은 영하 11도. 가야 할 거리는 9.5km

쉬엄쉬엄 달리니 갈만하다. 오히려 빨리 달리면 땀이 나서 더 난처해진다.

자동차 도로는 완전복구가 됐는데 인도는 여전히 빙판길인 곳이 많다.

눈 덮인 길이면 그나마 사부작 사부작 즈려밟아 가겠건만 잿빛의 투명한 빙판은 자전거가 ‘/’ 방향을 유지한 채 앞으로 나아갔드랬다.

퇴근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많을 법도 한데 도로에만 차가 다닐 뿐, 인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마치 다크나이트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그간 읽었던 책을 반납하고 유산균의 회원카드로 책도 자알 빌려서 돌아왔다.

어쨌든, 산책이었다고 하기엔 좀 억울하다.

 

오후 네 시 | Les Catilinaire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김남주 (옮긴이) | 열린책들 | 2001-03-15
양장본 | 200쪽 | 8,500원 | 188*128mm (B6)

 

 

 

소심한 인간은 어지간한 일로 쉽게 행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돌발적이라 할 만한 일, 이른바 그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매우 이타적이고 충성스럽고 자기희생적이며 위험을 감수할만한 일을 하는 때는 바로,

그 일이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었을 때이다.

 

나의 이기심이 타인에게 유익이 될 때, 소심한 인간은 지체없이, 그리고 단호하게 행동한다.

이것이야말로 타인을 위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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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도 이브도 없는 | Ni d'Eve Ni d'Adam (2007)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이상해 (옮긴이) | 문학세계사 | 2008-12-05
양장본 | 240쪽 | 188*128mm (B6) | ISBN(13) : 9788970754406

 

 

 

 

『상실의 시대』, 『수레바퀴 아래서』, 『내가 훔친 여름』, 나는 자전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것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약간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사건 중심이라기 보다는 서술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즐긴다. 작가의 실존을 체험하는 기분이랄까.

 

『아담도 이브도 없는』은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자, 내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난 책이기도 하다. 벨기에인인 그녀는 어릴 적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을 되살려, ‘진짜 일본여자’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 그곳에서 연애를 한 상대는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부자집안의 청년 린리. 그는 일본적이라서 아름다운 남자다.

 

둘의 만남 사이에 대비되는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아멜리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대외적으로 공인된 데이트 장소에, 묵인된 채 따라가서 그저 기뻐하는 동양여자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린리가 요리를 한답시고 가방에 주섬주섬 온갖 요리기구를 담아와서, 배보다 배꼽을 키워버린 상황도 그녀에겐 그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남자로 보일 뿐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연애 끝에 그는 아멜리 노통브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자신들의 관계가 우애에 더 가까웠음을 깨닫는다.

 

『아담도…』는 마치 박하사탕을 입에 넣었을 때의 청량한 느낌이 유쾌하게 밀려온다. 사귀다보면 의례히 마주치는 상대에 대한 구질구질한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사건을 행복하게만 그리려는 거북한 압력도 없다. 아멜리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이 구질구질함과 거북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아멜리 노통브는 유명하다. 1992년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단번에 알려진 뒤, 거의 해마다 한 권씩 나오는 그녀의 소설은 소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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