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도 이브도 없는 | Ni d'Eve Ni d'Adam (2007)
아멜리 노통브 (지은이) | 이상해 (옮긴이) | 문학세계사 | 2008-12-05
양장본 | 240쪽 | 188*128mm (B6) | ISBN(13) : 9788970754406

 

 

 

 

『상실의 시대』, 『수레바퀴 아래서』, 『내가 훔친 여름』, 나는 자전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것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약간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사건 중심이라기 보다는 서술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즐긴다. 작가의 실존을 체험하는 기분이랄까.

 

『아담도 이브도 없는』은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자, 내가 아멜리 노통브를 처음 만난 책이기도 하다. 벨기에인인 그녀는 어릴 적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을 되살려, ‘진짜 일본여자’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간다. 그곳에서 연애를 한 상대는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부자집안의 청년 린리. 그는 일본적이라서 아름다운 남자다.

 

둘의 만남 사이에 대비되는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아멜리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대외적으로 공인된 데이트 장소에, 묵인된 채 따라가서 그저 기뻐하는 동양여자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린리가 요리를 한답시고 가방에 주섬주섬 온갖 요리기구를 담아와서, 배보다 배꼽을 키워버린 상황도 그녀에겐 그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남자로 보일 뿐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연애 끝에 그는 아멜리 노통브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자신들의 관계가 우애에 더 가까웠음을 깨닫는다.

 

『아담도…』는 마치 박하사탕을 입에 넣었을 때의 청량한 느낌이 유쾌하게 밀려온다. 사귀다보면 의례히 마주치는 상대에 대한 구질구질한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사건을 행복하게만 그리려는 거북한 압력도 없다. 아멜리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이 구질구질함과 거북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아멜리 노통브는 유명하다. 1992년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단번에 알려진 뒤, 거의 해마다 한 권씩 나오는 그녀의 소설은 소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