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쌩-쌩-

2009. 10. 2. 05:56
자전거는 우습다.
저 혼자는 운신할 수 없어서 목발을 짚고 비뚜름하게 있다가도, 사람이 올라타서 페달에 박차를 가하면 짠 하고 곧추 서서 달리기 시작한다. 조심조심 걸어가면 땅바닥에 철퍼덕할 것 같고, 고삐가 풀린 마냥 횡하니 달리면 아무데나 박을 것 같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밍기적거리면서 그 사이를 쏘다니고 도로가 뻥 뚫린 내리막길에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쌩 하고 내려가는 재미란.

얼마 만인가. 나에게도 그런 재미를 선사해줄 자전거가 납시었다.
하이브리드라고 들어봤나. 산악 자전거도 아닌 것이, 싸이클도 아닌 것이, 이 둘의 신묘한 장점, 혹은 단점만을 가진, 진부하게 말하자면 양날의 검, 혹은 피차의 방패와 같은 자전거, RCT 마스터.
나도 이미 이 자전거의 예전 버전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대충의 특성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은 있다는 건 몰라서 신기했던, 어느 소심하고, 아니, 세심하고, 꼬치꼬치 캐물어보고, 아니,  이것저것 알아보던 어떤 수험생이 나에게 넘겨주면서 유군으로부터 사례를 받았다. 그렇다.
그 자전거는 싼균이 나에게 하사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날 자전거를 받고, 입가에 좀 스마일이었다.
사실, 세상 살아가다보면 자전거가 좀 생기는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누군가로부터 그것을 좀 선물 받는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 자전거가 좀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 살아가다보면 그런 일이 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쨋든, 나는 그 날 자전거를 받고 입가에 좀, 좀 스마일이었다.

잇힝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