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미니 + 퓨전드라이브
2014. 8. 17. 05:12맥미니 2012 late 기본 모델에 퓨전 드라이브 설치 성공 기념으로다가 블로깅.
작년 가을, 맥미니 2012 late 모델을 구입했다. 젤 저렴한 기본형. 노 업글.
애플의 가격은 윈도pc와 다르게(?), 가격=하드웨어+소프트웨어+디자인+자존감 상승이라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젤 싼 모델이지만 절대적으론 부담스러운 가격인지라 구매하기까지 심각하게 오랜 시간 고민과 검색을 반복했더랬다. 이미 살 때부터 추후 업글을 고려했기에 나름 퓨전드라이브를 설치하기까지 근 1년 가까운 시간, 맥미니를 사용하면서 정말 인내심을 훈련하는 동시에 애플에 대한 나의 사랑의 힘으로 그 느린 컴터를 견뎌낸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맥미니 2012 late 기본형으로 컴터를 사용한다는 건..
이 컴터의 사양은 대충, 듀얼cpu / 4g ram / 500g 4800rpm(?) 이다. 초반에 애플 컴터를 처음 사용해본다는 기쁨에 이런저런 소프트웨어를 막 깔고 지우고 했더니 엄청 느려졌다. 누군가 그러던데, 애플 os는 유닉스 운영체제라 소프트웨어를 깔고 지우고를 많이 해도 윈도우처럼 맛이 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뭐 윈도우만큼 맛이 가진 않지만 확.실.히. 심.각.하.게. 느려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운영체제를 재설치하는 여러 글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아무튼 나는 1년여 가까운 기간 동안 한번도 재설치를 하진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그 느린 환경에 적응하는 형편으로다가 말이다. 어떻게 했냐면..
일단 컴터를 다 쓰면 본체는 끄지 않는다. 모니터만 끈다. - 절전 모드로 들어가게. 이유는 단 한가지, 부팅할 때 겁나 느리거덩. 로긴화면 뜰 때까지 하세월이고, 또 암호 친 이후부터 바탕화면 뜰 때까지 하세월이다.
한 번에 하나의 소프트웨어만. 내 컴터는 멀티태스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하다가 메모장이나 달력을 켜면 갑자기 컴터가 화를 낸다. 그래서 나는 왠만하면 한 번에 한 가지 작업만 했다. 멀티태스킹과 거리가 먼 아이패드를 많이 사용하던 나의 습관상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었다. ㅋㅋ
확실히 맥 운영체제가 어느 시점부터 많이 느려졌다고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부트캠프로 윈도우를 돌리면 빠릿빠릿 잘 돌아갔다.(그냥 정상 속도로 돌아간 듯. 하지만 나의 체감상 아주 빠르게 느껴짐;;), 아내가 맥을 쓸 일이 가끔 있기 때문에 아예 사용자 아이디를 하나 추가했더니 그 사용자 아이디로 로긴하면 맥이 또 원활하게 돌아갔다.
어쨋든 이러한 연고로 이제 SSD를 추가하는 동시에 퓨전드라이브를 설정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왔다.
필요한 부품인 SSD와 '맥미니 듀얼 드라이브 킷'을 가끔씩 아마존에서 검색하던 나는 엄청 저렴한 부품을 발견했다. 보통 '맥미니 듀얼 드라이브 킷'은 ifixit이나 owc에서 공급하는 부품이다. 여기 가격으로 50유로 정도하는 부품인데, 얼레 듣보잡 부품이 20유로 이하의 가격에 나온 것이다. ㅋㅋㅋ 이런거 또 좋아라 하지.
128g의 ssd와 듀얼드라이브 킷 그리고, ifixit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diy 순서를 잘 따라했더니 일단 ssd 설치 및 인식은 성공.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퓨전드라이브 설정을 완료하고 os를 재설치하는 과정에서 퓨전드라이브가 지멋대로 풀려버린거다. 외장하드에 타임머신 백업을 해놔서 다행이지, 살짝 멘붕 포인트 한 번 왔다. 증상을 좀 더 알아보니 맥미니가 ssd 인식을 했다안했다 하는 것이다.
컴터를 재부팅해서 보니 ssd를 인식하다가 몇 분 지나면 그냥 하드웨어 목록에서 사라져 버린다. 아.. 듣보잡 브랜드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면 맥미니 분해 후 재조립 과정에서 케이블 연결하는 끄트머리가 살짝 망가졌는데 그것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케이블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연결선이어서 안심했었는데 말이다.
해외 사이트를 뒤져봐도 잘 모르겠다. 퓨전드라이브라는게 야메로 해서 성공하면 다행인데 실패하기 시작하면 주로 삽질의 시작인듯 하더라. 돈도 돈이지만 안 되는 퓨전드라이브를 되게 만드려고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검색, 맥미니 분해, 조립의 무한반복 이 예상되자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비슷한 사례도 찾기 어려우니 만큼 해결방법도 잘 못 찾겠고, 컴터는 써야겠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퓨전드라이브가 안 되면 그냥 원래 하드를 떼버리고 그 자리에 ssd 만 연결해서 쓰자는 심산이었다. 아무래도 원래 하드는 계속 잘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자는 심산으로 ssd와 하드의 위치를 바꾸어 연결하자 인식 성공!
몇 번의 재부팅과 여러번 컴터 사용을 해본 결과 ssd를 안정적으로 붙잡고 있는걸 확인하고 그 날로 당장 퓨전드라이브 설정을 다시 했더랬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약 일주일 넘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퓨전드라이브를 잘 사용하고 있다.
퓨전드라이브를 써보니..
그 좋다는 ssd 를 이번에 처음 사용해보게 되었는데 이건 정말 신세계다.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이 허상이 아니었다. 부팅 속도도 몇 배는 빨라졌고 기본 앱도 이제 정말 원활히 돌아간다. 타임머신을 이용해서 완전 복구를 했기 때문에 운영체제를 재설치한 것도 아닌데 정말 쾌적하게 돌아간다. 또 퓨전드라이브를 설치해서 좋아진 점이 있다면 패러렐즈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퓨전을 하기 전에는 패러렐즈를 깔았다고 곧바로 지웠다. 윈도우가 부팅되면 마우스 커서가 순간 이동으로 움직일 정도니 뭐 누구도 사용할 수 없는 속도였는데 말이다. 지금은 패러렐즈를 사용하는 속도가 부트캠프로 부팅한 것과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정도다. 내가 윈도우를 사용하는 건 온라인 뱅킹과 마소오피스, 아래 한글 정도다. 이 정도의 작업은 이제 패러렐즈에서 깔끔하게 된다.
예전에는 에퍼쳐도 안습이었다. 폴더를 이동할 때마다 사진 불러오는 속도가 굼떠서 그냥 사진을 저장한다는데 의의만 뒀었다. 물론 얼굴인식 기능도 당근 꺼야했다. 그런거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면 그냥 앱 두 개 실행한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얼굴 인식도 기능도 애퍼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맥미니가 아무리 기본형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이 정도로 느리진 않았겠지만 아무튼 재설치나 모든 설정을 다시 해야한다는 번거러움이 더 귀찮게 느껴졌었는데 퓨전드라이브 + 타임머신 완전 복구로 이 모든 불편함이 해소되었다.
참 사진도 없고 지루고루한 긴 글이건만 행여나 맥미니 2012 기본형 모델의 구입이나 이와 관련한 퓨전드라이브의 업글을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애플 제품을 경험해 보기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