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유산

2012. 12. 17. 02:32

안녕하세요? 이** 자매와 부부인 83또래 김** 입니다. 


저는 조모임 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발표를 당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최* 집사님 평소에 존경했는데 다 부질없네요.


디모데후서도 엄청 열심히 공부 했는데. 여기 계신 성도님들도 모두 그러하셔서 굳이 내용까지 세세하게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제 마음대로 결정한 공과 공부의 키워드, ‘믿음의 유산’이라는 주제, 와는 별로 상관없는 우리 부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부부는 두 달 뒤에 프랑스로 유학을 갑니다. 그 동안, 하나님이 은혜를 많이 주셨던 제자들 교회와, 이제 다닐만하다 싶었던 회사 – 내 밥줄을 놓고 훌쩍 떠나자니 멘붕이 올 것 같습니다. 유학을 결심한 것은 제가 아니라 제 아내이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한국말도 잘 못해서 대화를 할 때 답답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데, 프랑스 가면 가게에서 빵이라도 제대로 살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걸 성도의 미덕으로 삼는 스타일이라,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저는 지금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아내는 신이 났죠.


제가 이 곳을 벌써부터 그리워하는 이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다세대 주택에는, 요리 연금술사인 정다운 친구 금*씨도 있고요. 밤이 되면 고모에게 고함치는 박** 전도사님의 개구쟁이 목소리도 있는 사람 사는 곳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내와 할 이야기가 없거나 피곤해서 멍하게 있을 것 같으면, 수요 예배, 금요 예배도 가고요. 한 달에 한 번은 선교 모임에 가서 외식도 할 수 있습니다.

교회와 가깝다 보니, 사람들이 집으로 종종 오시면 모처럼 아내가 맛있는 음식도 해줘서 저는 집에 오는 손님들이 마냥 고마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회사에 갓 입사해 스트레스 팍팍 받았을 때, 최* 집사님이 활짝 웃으며 자신이 회사에서 어려움 당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아, 나는 아직 더 실패해도 되겠다’는 망조가 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경제적인 독립, 결혼, 하나님과의 만남, 그 외 여러 성도님들과 얽히고 섥혔던 재미진 서울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이제는 포항 촌뜨기가 파리로 뜹니다.


흔히, 가난하지만 나는 똑똑해를 외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유학원 없이 혼자 유학 준비하기’를 시전하다가 요 몇 개월 동안 폭삭 늙어버린 우리는 벌써, 수많은 NG 에피소드와 서로에 대해 여태까지도 몰랐던 개-성의 재발견, 그리고 우리가 하려고 할 땐 그렇게 안 되던 일들이, 어느 날 하나님이 뜬금없이 통로를 열어주시는 것을 경험하면서, 매일 매일 울다 웃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빨빨거리면서 준비하고 머리를 굴려도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지금만큼 많이 경험하는 때도 없습니다. 


이런 얘기만 쓰긴 좀 그러니까, 다시 디모데후서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부분을 조금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올해 초 결혼과 함께 새로운 가정이 시작됐고, 교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저희 가정의 새로운 삶을 계획해 나가면서 제가 지켜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삶의 장소나 하는 일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진리의 말씀이 제 삶의 중심에 오도록 힘써야 된다는 것입니다. 행복하고 안락한 삶 보다는 깨끗한 그릇으로 하나님 앞에 거룩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부부 성경공부를 마무리하면서 믿음에 대해 서로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제가 쓴 것을 읽어보겠습니다. 


나의 믿음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하나님이 세상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나의 가족, 삶이 모두 주의 계획 안에 있습니다.

에수님의 죽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 사랑의 연장이며, 인격적인 하나님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자를 외면하지 않고 거두어 주십니다.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죄에 대해 죽으시고 다시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처럼, 나도 예수를 따라 죄에 대해 죽고 다시 살았습니다.

예수님이 다른 사람을 위해 그러하신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끝-



제가 이러한 고백들을 날마다 새롭게 마음으로 고백하는 삶을 살도록 함께 응원해주세요.


비자가 잘 나온다면, 2월에 떠나게 됩니다. 혹시 1년 내에 저희를 다시 보더라도 궁금해 하지 마시고, 잠 잘 데는 찾았는지 자연스럽게 물어봐 주시면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그때가 되면,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한 보따리 꺼내놓고 나누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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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기 동안 진행했던, 오후 성경공부 조모임을 마무리하며 나눈 글.

호와 야간 산책을 하며 우리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랑스가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학위가 우리의 고지가 아님을 확인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산들, 그것이 대단치 않은 일일 확률이 지극히 높으며, 또한 그것을 위해 자칫 포기해야할 소중한 것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로. 그리고 더 중요한, 우리 행동과 삶의 양식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맞닿아 있기를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매우 현실적인 상황에서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고 계획하는 것으로 우리 부부의 삶에 허락된 은혜를 마음껏 누리는 밤을 지냈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