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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5. 22:00

예전에 출판사 댕길 때 사장님이 항상, 자신의 꿈은 미국에 출판사를 차리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 때마다 난 속으로, 아마존에서 파시라고 했었드랬다.

우리나라에 최초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있다면, 미국에는 아마존이 있다.
한국에는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요 몇 년 전부터
킨들이라는 단말기를 풀면서 남들보다 한 층 더 깊숙이 독자들을 파고 드는 모양새를 보면서
다시 보게 되었던 터였다.

킨들을 실제로 써보진 않았지만, 출시 때부터 유심히 봐왔다.
사실 애플의 아이패드나 아이튠즈 때문에 일인자의 주목을 받진 않았었지만
얼리어답터의 관점이 아닌, 다음 세대 독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끌리는 서비스다.

단말기의 완성도는 사실 특별한 게 없는 듯 하다.
이미 기존에 나온 타사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 하드웨어적 가능성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디테일, 실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
등은 아마존 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잘 드러내고 있고, 책이 무엇인지를 알고
독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아마존, 특히 전자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봤는데,
정작 책의 내용은 전자책을 그리 많이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맥락은,
제프 베조스는 천재다.
인터넷 서점 분야에서 남들보다 빨리 뛰어들었고 시장 선두를 지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다.
그 덕분에 오랜 기간 동안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전적인 투자와 주식 값으로 버텨왔다.
제프 베조스는 이익보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만가지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많이 팔았다.
매출이 펄쩍펄쩍 올랐지만 적자도 덩달이 뛰었다.
나중에 순이익이 없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
성장을 멈추고 숨을 고르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투자가들에게 보여줬다.
제프 베조스는 여전히 도전과 확장을 좋아한다.

지금 우리 회사랑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팔 물건은 많고, 손 대야할 서비스는 많다.
그리고 닷컴 기업 붕괴는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대에도 대기업은
소프트웨어 사업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투자를 받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현실 시장은 냉혹하다. 문화 콘텐츠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제프 베조스는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그리고 선점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할인을 참 많이도 했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라는게, 가격을 무조건 할인한다고 해서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
책 값이 싸다고 해서 한달에 한 권 읽던 사람이 곧장 두 권 읽지 않는다.
공급가가 낮아지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콘텐츠 질의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문화 콘텐츠 사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제프 베조스는 확실히 뛰어난 사업 수완가이다.
그 역시 책을 좋아하는 천재이지만, 그는 무엇보다 책을 상품으로 보는 사람이다.
사업가인 것이다.

아마존은 뛰어난 콘테이너, 그 안에 방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입장에서 보면, 꼭 아마존 안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더 나은 콘테이너가 생기면 언제든지 그 쪽으로 이사갈 수 있다.
구글 북스, 아이북스, 반즈앤노블스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유통업자의 비애는 콘텐츠에 자신의 명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좋은 서비스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테이너가 콘텐츠로 승부를 보려고 하고,
콘텐츠가 콘테이너로 승부를 보려고 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콘텐츠의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콘테이너.. 아아 또 어지러워진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