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앞둔 기드온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떨리는 자신의 손과 발은 어찌할 수가 없다.

하나님이 만물의 주인이고 승리자인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사실 이미 이성적인 사고를 내려놓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을 따라온 300명들은 또 무슨 멘탈이람.

두 발로 간신히 서 있는 이 전쟁터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은
에어컨이 나오는 교회의 방 한켠에서 성경 공부 모임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사건이다.

기드온의 약한 믿음, 지식의 한계를 하나님은 탓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기드온에게 삐지지 않으신다.
그럴거면 애초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은 그렇게 단순한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기드온에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단단히, 제대로 꽂히셨다.
 
이미 멘탈이 가출한 기드온에게 친히,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적을 보이시며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신다.
하나님의 노골적인 애정표현은 신의 자존심이나 체면은 찾아볼 수 없다.

기드온과 이스라엘을 먼저 스토킹한 건 하나님 자신이었고, 그들을 끝까지 업고 가신 것도 하나님었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