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책임

2012. 6. 25. 23:21


3년 전 우리는 봉하마을에 가던 도중, 유산균의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전주로 급히 회차했다. 그 이후 우리에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봉하마을에도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보 노무현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관도 세워져 있었고 추모광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부엉이 바위에서 그의 시선으로 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 마을도 주욱 돌아보기도 했다.

농사짓는 것 말고는 보잘것도 하잘것도 없는 이 깡촌에서 그런 어른이 태어났다니.

 

그는 민주주의를 가리켜, 못사는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아니라 왕만이 누리던 지위와 권력, 풍요로움을 모든 사람들이 나눠누릴 수 있는 것이라 했다. 마을 이곳저곳에 나붙어있는 그의 글귀 한 줄, 한 줄이 나의 가슴에 푹푹 꽂혔다. 어쩜 저렇게 찌들지도 않고 죽을 때까지 이상을 끌어안고 살았을까. 그것도 정치판에서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난장판인 정치 뉴스를 보면 그는 마치 쓰레기를 먹고 자란 아름다운 꽃 같다.

 

 

 

 고간사님이 자신에게 커피를 가르쳐준 은사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광주 사태가 일어났을 때 그 사실을 서울에서 알았단다. 그것을 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신변이 위험했던 터라그는 독일로 급히 유학을 갔단다. 광주 시민들이 받는 탄압을, 민주주의의 위협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한 채 말이다. 근데 웃긴 것은 독일의 교포들은 이미 은사님 자신이 갖고 있던 정보를 다 알고 있었단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실제로 안다는 사실만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국에서의 그 정보를 말이다. 그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을 회피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지금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울면서 기도한다 했다.

  

누군가 진리 갖고 장난치는 동안, 

누구는 자기가 아는 진리 하나를 부여잡고 평생을 몸부림 치는구나.

 (신선이 쓰는 말투같다. 끙-)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