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본질

2012. 1. 15. 14:21
교회 유치부에서 한 아빠가 아이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선생님께 인사 똑바로 해야지. 그건 당연한거야."

순간, 나는 속으로, 아.. 당연하다는 말은 저럴 때 쓰는 거구나 싶었다. 당연하다는 말을 써본 지가 언제인지, 그 단어가 어찌 그리 생소한지. 인사의 형식 속에 오가는 사제 간이라는 관계의 확인 이상으로, 이미 우리는 예배와 성경공부 시간에 같이 웃고 떠들다 나에게 혼나서 아이들이 울고, 내가 달래고 다시 웃기를 함께한 우리는 끈끈한 역전의 용사들인데 말이다.

혼인 잔치를 앞두고 폐백을 할지 말지 참 고민이다.
뭐, 귀신을 내쫓고 복을 불러오고 이런 비현실적인 상징성을 떠나서 친척들과 공식적으로 인사하는 매우 현실적인 자리라고 하는데, 그 자리를 준비하는 값은 왜 그리 초현실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믿음이 부족하다.. 믿음이.. 오 마이 코리아..

아무튼, 그 아빠가 아이에게 한 말처럼 폐백도 어찌 보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인사하는 당.연.한 자리인데, 막상 그 때를 지나려 하니 나의 반응도 아이와 다름없다. 그 와중에 어른인 줄 아는 가족들은 내 귀에 대고 그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믿음이 부족하다.. 믿음이.. 오 마이 코리아..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