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재취업기
2011. 8. 19. 01:021. 출판사 면접
면접관: 대학은 왜 수료인가요? (너 좀 문제있네?)
나: 토익점수가 안 나와서요.
면접관: 토익 공부를 안 했나요? (졸업도 안하고 어디 사회에 발을 들여놓겠다고)
나: 네, 문제풀이식 영어 공부가 싫어서요;;
난 토익에 거부감을 느낀다. 수험료가 비싸기 때문이고, 정답찍기식 공부를 해야하고, 그렇게 하려면 비싼 교재를 사야하고, 그렇게 해도 진정한 영어 실력은 늘지 않고, 이는 누구나 다 알면서 그냥 점수 필요하니까 부모님 용돈을 여기에 지출하고(심지어 학원도 다니고), 이게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구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는, 즉 영어 시험 본연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댓가를 희망하는 이상한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다시 출판사 면접으로 돌아가서.
면접을 하는 내내 주고 받는 대화에 좀 핀트가 안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성실, 노력, 부족한 나)을 반영한 말을 했을 터인데, 나의 개성이 묻어나는 부정적인 말(안되요,싫어요,그건 좀..)이 많이 나왔다.
한편으론, 내가 면접 포인트를 잘못 맞췄다. 큰 회사의 일부인 편집부 실무진들과 만난 자리였는데 나는 계속 회사 전체를 생각하고 회사의 사업 방향 등 큰 이야기를 했다. 내 앞에 앉은 그들이 바라는 건 기획하고픈 책과 내년의 트렌드, 이 두 가지였는데.. 띠로링~
2. 졸업은 졸업일 뿐
그날 저녁.
유산균은 나에게 죰 영어 성적 내서 졸업 죰 하라고 했다.
나는 그게 취직이랑 관계없다고 대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산균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졸업 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죰 하라고 죰.
사실 그의 말이 맞다. 늦었지만 해야겠다. (관계의 평화를 위해)
3. 그리고 88만원 세대
레디앙에서 나온 <88만원 세대>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20대가 지나기 전에 얼른 읽어보시라.
암울하지만 사회의 진실을 담고 있다.
부정적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내용이다.
20대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기도 전에 옆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만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막장인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마침, 면접을 마치고 나와 카페에 꽂혀있던 것을 발견하고 읽어보았다.
나의 부정적인 면접이 아주 개성있는 면접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 후, 또 한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