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부터 시작한 갈취의 섬
2011. 7. 20. 16:47전주댁과 여름 휴양을 갔다.
서해안 신안군의 한 섬인 증도가 좋다는 지인의 추천을 받고 그리로 갔다. 증도는 문중경 전도사님의 순교지이기도 하단다.
증도대교를 건널 때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포항 촌놈인 나는 바다 위에 산이 둥둥 떠있는 서해안이 영 신기할 뿐이다.
그런데 왠걸, 증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입장료를 1인당 2000원씩 받는다. 나눠준 쓰레기봉투를 채워오면 50프로 환불해준단다. (정작 섬에서 나갈 때는 매표소가 텅 비어있어 쓰레기만 버리고 그냥 나와야했다.)
점심 메뉴 중 기억에 남은 짱둥어탕!
점심을 먹을 때만 해도 짱둥어가 뭔지 몰랐다... 그래서 맛있었다. 추어탕 같은데? 오! 이러면서 아.주. 맛있게
그 후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라는 증도에서 조금 떨어진 화도라는 곳으로 가는 길에 갯벌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길 양쪽에는 썰물로 인한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사방에서 수많은 뭔가가 꿈틀거렸다. 큰놈은 지느러미로 뛰지못해 지렁이처럼 꼼지락거리며 이동했다. 작은놈은 몸이 가벼워 메뚜기 마냥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짱둥어다.
세상에 어쩜 그렇게 못생긴 물고기가 다 있을까!
외모가 느무느무 초라했다.
거기다 물고기 답지 않게 지느러미로 폴짝 뛰는 모습은 정말이지 창조의 섭리를 무시한 불경스러운 행동으로 보였다.
그렇게 못생긴 얼굴로 이상행동을 하는 물고기가 내 몸으로 들어왔다니 으악!
섬소금박물관을 들어갔다. 입장료가 또 2000원이란다. 그냥 나왔다. 관광스러운 박물관은 대체로 아이들의 방학 숙제 대용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터여서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2000원은 좀 심했다. 사람도 없으면서. 하지만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이라는 태평염전의 한 가운데를 차로 지나가면서, 박물관에서 보지못했을 염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염전
출판사에서 일했을 적에 염전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보통학교를 보내는 것이 큰 투자였던 옛시절, 어촌의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염전에 나가 일을 배웠다고 한다. 말이 일을 배우는 것이지, 땡볕 아래 하루종일 소금밭을 일구는 것은 단순 중노동이다.
염전에서 일을 하는 아저씨들을 보니 그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햇볕에 익을대로 익은 아저씨들의 얼굴과 소금창고로 보이는 건물.
짱둥어해수욕장은 아마 증도에서 유일하게 파라솔과 튜브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일 게다. 우린 정말 신나게 놀았다. 한낮의 숨막히는 열기도 늦은 오후가 되면서 많이 식었다.
증도를 나오면서 본 서해안의 빨간 석양도 멋있었다..
증도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면 좀 더 세심한 기획이 있어야할 것 같다. 해수욕장에 보트는 대여할 수 없다던지! 샤워실 이용에도 1인당 무려 2000원을 받는 등! 여긴 이미 증도에 들어올 때부터 입장료를 받았기 때문에 뭘 하나 하려고 할수록 입장료를 받는 것은 관광객 입장에선 억울한 느낌이다.
뭐 결과적으로야 우린 잘 놀았지만, 관광지로서의 증도는 영 마뜩찮다. 증도 관광지도에는 이것저것 많은 볼거리가 있는 것처럼 소개하지만 막상 가보면 실망스러웠다. 짱둥어다리라고 해서 가보았지만 정말 별 볼 것없는 다리라던가. 심지어 문중경 선교가 기념관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사실은 아직 완공이 안 되어있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몇월 건립 예정이라고 소개한 것도 아닌, 버젓이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입장료 많이 받는 소금박물관보다 실제 염전을 구경하는게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문중경 기념센터도 으리으리하게 짓는 모양이던데, 1년에 고무신이 아홉 켤레나 닳도록 온 섬을 돌아다녔다는 전도사님의 이력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관광지를 개발하는 사업은 돈도 많이 들어가고 촘촘한 기획력도 필요한 줄 안다. 그만큼 이 개발을 시행하는 공무 부서는 좀 더 설득력있게 관광지 개발을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