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개의 아련한 추억

둔촌동역을 출발해 평소에 눈여겨봐왔던 마천역을 햔해 달렸다. 중간에 우회전을 했어야했는데 우린 모르고 직진했다. 네이버 지도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스마트폰의 유용함이란!) 계속 달렸다. 순식간에 가로등도 없고 촌길, 산길, 좌우로 우두커니 서 있는 자재창고들.. 시각은 밤 10시 전후였고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낯선 곳에 남겨진 세 사람. 왔던 길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참으며 나름의 모험을 즐겼다. 서울에서 조금만 곁길로 샜을 뿐인데 농촌, 공장부지, 외딴곳을 지나면서 느낀 생경함이 오묘했다. 그것도 잠시, 좁은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는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냠냠개를 집단으로 사육하는 곳이었다. 마당에는 여러 마리의 개들이 묶여있었다. 그 때 개 한마리가 풀린 채로 뛰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발로 차자니 어두워서 잘 안보였다. 헛발질이 오히려 개를 자극할 것 같았다. 도망가자니 빵린과 호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어느새 빵린이가 당당하고 여유롭게 개를 지나쳐 저만치 쭉 가버렸다. 빵린의 용맹함에 깜짝 놀라며 여전히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산균과 나는 벌벌 떨었다. 간신히 개를 피해 (사실상 아무런 대비없이 눈 딱 감고 지나간 격) 갔다. 언제 그랬냐는듯 이윽고 마을이 나오고 마천역에 다다랐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외딴 곳에서 가로등없어 으시시한데 개까지 짖으며 따라왔으니 이 얼마나 깜짝 놀랄 일이었겠는가. 덕분에 세사람의 아찔한 기억을 공유했다는 것 외엔 그저 가슴만 쓸어내릴 뿐. 돌아오는 성내천 길은 시시원하고 안도했다. 가끔 애완견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