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의 오늘, 봄
2011. 3. 13. 00:44모처럼 날씨가 풀렸다. 우분투를 지우고 윈도우를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가 새벽 5시였다. 우분투에 적응하지 못하느라 혹은 적응하느라, 집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지 못한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었기 때문에 눈이 떠졌다. 하지만 해야할 일이 있고 마음이 바빠질수록 정작 내 시간은 줄줄 새기 마련이다. 나는 그 달콤한 새벽잠을 우분투 적응 기간으로 사용했고, 여전히 이 운영체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불편하다. 그렇게 주말의 아침을 즐겁게 소비했다.
월요일이면 제출해야 할 이벤트 페이지가 나의 주말을 시들게 하고, 쌀집 아저씨가 만든 '진골'들의 슈퍼스타에서도 결국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이란 단어가 여전히 나를 억누른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차고 상쾌한 오전의 공기, 드문드문 만나 밥을 먹기도 하고 별 말 없이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 그리고 모든 정해진 것이 없는 데서 오는 불안함 가운데 잠시의 망각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그 안에 음악을 흘려보내고, 한가함을 흘려보낸다. 이렇게 또 주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