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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조르바

2009. 10. 30. 00:36
조르바는 넋이 나가 버린 사람 같았다. 그는 이해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런 엄청난 행복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내 말뜻을 확신했다. 그가 내게로 달려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춤추시겠소? 춤춥시다!」그가 내게 졸랐다.
「싫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해진 채 두 팔을 양옆으로 툭 떨구어 대롱거리게 했다.
「좋습니다.」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 그럼 나 혼자 추겠소, 두목. 멀찌감치 떨어져 앉으시오. 받아 버리지 않게 말이오.」
그는 펄쩍 뛰어 오두막을 뛰쳐나가 신발과 코트와 조끼를 벗고 바짓가랑이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엔 갈탄이 시커멓게 묻어 있었다. 눈의 흰자위는 번쩍거렸다.
이윽고 그는 춤에다 몸을 맡기고, 손뼉을 치는가 하면 공중으로 뛰어 올랐고, 발끝으로 도는가 하면 무릎을 꿇었다 다리를 구부리고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흡사 고무로 만든 사람 같았다. 그는 갑자기 자연의 법칙을 정복하고 날아가려는 듯이 공중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늙은 육신 속에 그 몸을 들어다 어둠 속에 유성처럼 던져 버리고 싶어 안달을 부리는 영혼이 하나 있는 것 같았다. 오래는 공중에 머물 수 없어서 땅에 떨어질 때마다 그의 몸은 몹시 흔들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사정없이 흔들리면서도 다시 더 높이 뛰어 올랐다. 뛰어올랐지만 그의 불쌍한 육신은 쉴 새 없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
조르바는 상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비장했다. 소리도 더 이상 지르지 않았다. 이를 악문 그는 불가능을 성취하려고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조르바! 조르바! 그만하면 됐어요. 됐습니다.」내가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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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르바, 당신이 책을 써보지 그래요? 세상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면 그도 좋은 일 아닌가요?」내가 비꼬았다.

「못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못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당신의 소위 그 <신비>를 살아 버리느라고 쓸 시간을 못 냈지요. 때로는 전쟁, 때로는 계집, 때로는 술, 때로는 산투리를 살아 버렸어요. 그러니 내게 펜대 운전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요? 그러니 이런 일들이 펜대 운전사들에게 떨어진 거지요.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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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덧붙이겠니. 으흐흐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