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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8 새로움이 아닌, 반대를 주창하는 아방가르드

20세기 사진의 거장전,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아방가르드라 불리웠던 작가들의 사진들을 모은 전시이다.
아방가르드나 사진에 대한 '전무한 지식'을 바탕으로 순수하게 전시회를 '경험'한 입장에서 써본다.


avant-garde, 전쟁 시 일선에서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병사.
정확한 공격 대상을 가지고 전투적으로 전진한다는 어감을 주는 동시에, 뒤따라오는 부대의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준다는 의미가 느껴진다.

아방가르드에게 있어서 공격 대상은 기존에 정형화되어 있던 예술활동 전반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극단적으로 보자면, 이런 도발은 위험할 수 있다. 소수의 무리가 전체를 왕따시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굳은 신념을 보여주면서도 반대로 그 역량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도리어 전체에게 압사당할 것 같다. 이런 위기감을 대가로 한 자신의 신념을 행사하는 행위.

하지만 그들의 시선과 표현 방식은 수많은 추종자, 즉 그들을 뒤따라 오는 아군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전시를 보는 내내 작품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도 만끽했지만, 뭔가 모를 익숙함, 나아가 사진을 보는데 있어서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들이 뿌려놓은 현대사진의 흐름이다. 그들의 사진은 지금의 사진 사이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작품 자체의 즐거움 - 사물의 그림자를 빼놓지 않는 앙드레 케르테즈의 시선으로, 존재에는 그 이면도 항상 포함되어 있음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포크의 그림자를 보라, 포크는 이 땅과 저 접시에 당연하다는 듯이 턱 걸쳐있지만 그림자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둘로 찢어져야 황당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그렇게 당연해야만 했던 것인가? 그림자에게는 조금 가혹한 전제일지도 몰라. 아, 이렇게 쓰고 보니 그림자가 불쌍함.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함 - 이것 역시 앙드레 케르테즈의 '깨진 유리 원판' 이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익숙하다는 표제를 달기에 마음 시원하진 않지만. 유리창의 깨진 틈새를 보여주면서 그 나머지의 일상을 거짓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사실 사진 동호회 가면 이런 사진 많잖아 ㅠㅠ
'Whatever we have done, Kertész did first' -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현대의 예술은 아방가르드적이라 하지 않는다. 사실,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는 현대 예술도 아방가르드적 요소를 전반에 깔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방가르드의 표면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진정한 아방가르드는 기존의 맥락에 대해 반대를 외친다는 데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면 아방가르드는 어느 시대에서나 구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에는 항상 정형화된 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형화된 틀이란 한번의 뒤짚음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현대의 예술은 재미가 없다. 정형화된 틀을 만드는 시기이므로, 새로움(아방가르드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추구하지만 멀리서 보면 죄다 엇비슷함. 미리 말해버렸듯이, 현대에 있어서 진행되고 있는 정형화 작업의 주제는 바로, '새로움'인 것 같다. 그렇다, 1900년대 초에 아방가르드에 의해 부산물로 튀어나와버린 새로움이란 요소가 지금에 이르러 만연해 버렸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형화로 인식되는 순간, 다시 이것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일어나는 진정한 제2의 아방가르드 활동이 생겨날 것이다. 그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것이 나온다면 나는 지금 내가 설명했던 단어들을 적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를껄?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