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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1 교회가는 길
  2. 2009.10.08 그 날의 미소 1
  3. 2009.10.02 비틀비틀 쌩-쌩-

교회가는 길

2009. 10. 11. 00:51
왕복 4시간 반, 출발 때는 생각도 못했던
양재천으로의 비행이 나은 아름다운 경로, 처음 가본 곳이었단다.
총거리 60km, 역시 서울은 좁다니깐.
다음번엔 강북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지도를 그려보자규, 껄껄껄-

유산균과 서울대입구역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출발했다. 이참에 노들역도 구경하고, 밤바람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한강변도 감상했다. 성수대교를 지나고나니 어느새 저 건너편에는 올림픽경기장이 보였다. 나는 그게 강 건너 편에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 샛강을 넘었어야 했는데, 나는 즐겁게 양재천으로 들어간 것이다.

양재천이 끝날 즈음에 가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도심지로 나왔다. 어딘가를 활보할 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곳이 어디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부끄러웠다. 사실 상황 자체가 넌센스였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헬멧을 쓰고 불 깜박이까지 켠 채,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데, 어느 순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새로운 세계에 와 있었던 것이다. 복숭아라도 열려있었다면 무릉도원이라 감탄했겠건만.

이 상황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여기가 어디죠?', '둔촌동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야하죠?'라는 둥의, 지금 그곳과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하는 내 모습, 결코 받아들이기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물어보지 않았다ㅠㅠ 캄캄한 밤에 무생물 자동차만 썡하니 지나가는 어느 미래 암흑의 도시에서 나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휴대폰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금요기도회를 참석할 요량으로 저녁 6시 반에 출발했지만, 목적지인 둔촌동역에 도착한 것은 밤9시 반이었다. ㅋㅋ 무사히 온 것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도 집에 무사히 도착할 것을 혼잣말 하듯 기도한 후, 편의점에 가서 출출할 때 먹는 핫브레이크와 물보다 빨리 흡수되는 포카리스웨트를 섭취해줬다.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교회에서 다시 출발해 30분 정도 지났을 때 길을 잃었던 지점을 발견한 허탈함, 재미있었다. ㅋㅋ
Posted by 뚤뭇 :

그 날의 미소

2009. 10. 8. 09:46

자전거소녀와 내가 그를 만난 이후 처음 본 3시간이상 입가에 지속된 미소

Posted by 뚤뭇 :

비틀비틀 쌩-쌩-

2009. 10. 2. 05:56
자전거는 우습다.
저 혼자는 운신할 수 없어서 목발을 짚고 비뚜름하게 있다가도, 사람이 올라타서 페달에 박차를 가하면 짠 하고 곧추 서서 달리기 시작한다. 조심조심 걸어가면 땅바닥에 철퍼덕할 것 같고, 고삐가 풀린 마냥 횡하니 달리면 아무데나 박을 것 같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밍기적거리면서 그 사이를 쏘다니고 도로가 뻥 뚫린 내리막길에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쌩 하고 내려가는 재미란.

얼마 만인가. 나에게도 그런 재미를 선사해줄 자전거가 납시었다.
하이브리드라고 들어봤나. 산악 자전거도 아닌 것이, 싸이클도 아닌 것이, 이 둘의 신묘한 장점, 혹은 단점만을 가진, 진부하게 말하자면 양날의 검, 혹은 피차의 방패와 같은 자전거, RCT 마스터.
나도 이미 이 자전거의 예전 버전을 소유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대충의 특성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사람은 있다는 건 몰라서 신기했던, 어느 소심하고, 아니, 세심하고, 꼬치꼬치 캐물어보고, 아니,  이것저것 알아보던 어떤 수험생이 나에게 넘겨주면서 유군으로부터 사례를 받았다. 그렇다.
그 자전거는 싼균이 나에게 하사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날 자전거를 받고, 입가에 좀 스마일이었다.
사실, 세상 살아가다보면 자전거가 좀 생기는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누군가로부터 그것을 좀 선물 받는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또 그 자전거가 좀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 살아가다보면 그런 일이 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쨋든, 나는 그 날 자전거를 받고 입가에 좀, 좀 스마일이었다.

잇힝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