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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6 ㅎㅎㅎ

ㅎㅎㅎ

2010. 6. 6. 23:53
감독 이름과 영화가 매치되는 몇 안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홍상수씨다.

정해진 대사 없이 어색한 듯, 자연스러운 듯 흘러 흘러 가는 인물 사이의 대화라든지, 남정네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는 꼭, 꼭! 여성이라는 존재가 불편한 파동을 일으키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그의 영화를 보고나면 언제나 불편하고 때로는 불쾌한 감정이 밑에서 올라온다. 나는 그 감정을 즐긴다. 남정네들의 깊숙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마초적인 성품(?)을 살살 건드리기 때문이다. 그 성품이란 것을 드러내놓고 말해버리면 영화의 품격이 떨어지고 너무 거리를 두면 밍숭맹숭해지기 십상인데, 홍씨는 그것을 미적지근하게 건드린다. 거기서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그 감정을 즐긴다는 것은, 나의 은밀한 내면에서 마초적인 성품에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초적이지 않은 남자일수록 더 마초적일 수 있다는(거의 그럴것이라는?) 자조적인 느낌이 어우러진 맛이다.

최근 개봉한 '하하하'도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봤다. 세 남자가 나오는데, 한 사람은 자기 세계에 빠져 모든 것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여자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자신도 모르게(자신도 모른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당여시하는 시인이다. 또 한 남자는 한 여자에게 진심으로 올인을 하는데,(진심으로 올인을 한다고 그 남자가 믿는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그 모든 행위가 사실은 철저히 자신, 그 남자를 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남자이다. 마지막으로 한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쫓아 다니지만 어설퍼서 이도저도 안되는 허당에 속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세 남자의 성향이 각기 다르지만, 나는 이 세가지가 남자라는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마초적인 성품을 세 가지로 미분해서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