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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30 [프랑스문화원산책 2] 가스통 갈리마르 프랑스 출판의 반세기

 

가스통 갈리마르 프랑스 출판의 반세기

Gaston Gallimard, Un Demi-Siecle D'Edition Francaise (1984)
피에르 아술린 (지은이) | 강 주헌 (옮긴이)

양장본 | 520쪽 | 223*152mm (A5신) | 열린책들 | 2005-10-20

 

 

 

갈리마르 출판사는 프랑스의 거대 출판사이다. 상호가 인명으로 되어있는 만큼, 그 사람의 업적이 궁금하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두껍고 무겁다는 첫인상처럼, 나는 읽는 내내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서 결국 반정도만 읽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가스통 갈리마르Gaston Galimard는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마뜩지 않게 여겼다. 저자는 주인공의 지인들을 통해서 수집한 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갈리마르의 생애를 연대순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의 원칙은 언제나 하나였다. 베스트셀러 작가들로 돈을 벌어 이익이 남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한다!                                                                                                     [239p]

 

갈리마르는 부지런한 출판인이었다. 작가를 발굴하고 친분을 유지하고 출간할 원고를 검토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일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해냈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는 음흉한 면도 있었다. 다른 출판사로부터 유능한 작가를 빼내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책 판매량을 절대적으로 보증하는 공쿠르상 입상을 위해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갖은 계략을 썼다. 오로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했던 NRF의 기본정신과는 달리 갈리마르 출판사는 시대의 흐름에 적당히, 때로는 적극적으로 영합했다. 이것은 예술의 순수성을 탁하게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이런 일을 추진했기 때문에 몇몇 베스트셀러가 나머지 책들의 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 자신이 출판하고 싶은 책이 대중적이지 않았다면, 그 책을 출판하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대중적인 책도 기꺼이 출판했던 것이다.

 

그는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도 탁월함을 보였다. 경쟁사였던 그라세 출판사의 그라세 사장은 자신의 육감에 의지해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던 독불장군이었던 반면, 갈리마르는 지성인들로 모인 독서 위원회를 운영해서 원고의 선택을 전적으로 그들에게 맡겼다. 이뿐 아니라 훗날 생겨났던 주간지나 월간지 또한 자신의 측근을 편집자으로 세우고 독립적인으로 활동하도록 보장해 주었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장제목이나 소제목이 없어서 맥락을 짚는데 애를 먹었다. 문학서가 아닌 이상 독자에게 글의 핵심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제목을 달아주는 친절을 발휘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글에서는 당시의 유명인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던데, 배경지식이 일천하다보니 누가 누구인지 모른 채 그저 엑스트라가 들락거리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렇다고 한 분, 한 분 검색해가면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   *   *

 

 

1909년 2월, 『NRF』의 <창간호>가 두 번째로 발간되었다. ... 『NRF』는 호를 거듭할수록 알찬 내용을 게재하면서 그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여섯 명의 창간 멤버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꿈꾸었고, 하찮은 비판과 무비판적인 찬사를 경멸하며 경계했다. 언제나 순수한 잡지로 남기를 바라며 광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면서 쉬운 길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도덕적이고 지적이며 미학적이어야 한다는 그들의 엄격한 원칙에 동의하는 독자가 적더라도 걱정할 바가 아니었다. 그들은 돈을 벌려고 그 잡지를 발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부유한 부르주아들이 있었다. 그들의 재력이라면 비용을 감당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40p]

 

 

가스통 갈리마르도 어느덧 서른 살이 되었다. <출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문제가 그에게 주어졌다. 메르퀴르 드 프랑스의 알프레드 발레트가 그의 귀감이었다. 그는 발레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발레트는 새벽 네시에 일어나 아침 아홉시면 일을 긑냈다. 그 후에도 하루 종일 작가와 인쇄업자를 만났다. 그에게는 전화기도 없었고 타이프라이터도 없었다. 먹지와 등사기가 전부였다. 따라서 가스통은 출판이란 생소한 일을 시작하려면 편안한 삶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시회나 카페를 기웃대고, 파리의 문학, 정치, 예술계의 명사들과 미시아 세르트에서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성공적 공연을 축하하면서 빈둥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었다. <유복한 보헤미안> 세 친구가 그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출판 덕분에 친구를 되찾은 것이엇다. … 게다가 셋 중에서 가스통만이 처음부터 출판인이었다. 그의 귀감이었던 발레트의 선례를 따라, 가스통은 『NRF』의 기고자들이 <150면의 긴 원고>를 들고 그를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가 먼저 작가들을 찾아 나섰다. 잡지와 신문에서 그들의 목표에 공감할 만한 작가들을 찾아 나섰다.  [46p]

 

 

그보다는 인쇄업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었던 이 작은 실수를 통해서 가스통은 출판인이 책에 관련된 모든 실수를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판인은 책을 제작해서 서점에 진열할 때까지 관여하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작가에게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 앞으로 닥칠 더 많은 어려움의 징조였던 이런 기술적 문제와 싸우면서도 가스통은 출판인으로서, 그리고 <번안자>로서 시간을 할애해 문학에 몰두했다. … 가스통과 라뉙스의 독일어 실력은 번역을 그런대로 해낼 수 있을 정도여서, 마지막으로 독일 문학 전공자인 펠릭스 베르토와 마르셀 드루앵의 교열을 거쳤다. 그리고 짤막한 전기와 서지 목록을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11년에 출간된 이 책 덕분에, 결국 헤벨 덕분에 가스통과 라뉙스는 NRF 출판사의 저자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었다. … 물론 그 책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약간의 권위와 자부심을 얻을 수 있었다.  [49p]

 

 

가스통과의 면접에서 그는 "나는 문학을 하려고 이 출판사에 취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일자리를 얻어, 먹고 살려는 것입니다." 라고 자신의 문학적 취향과 철학적 확신을 분명히 밝혔다.  [128p]

 

 

그의 원칙은 언제나 하나였다. 베스트셀러 작가들로 돈을 벌어 이익이 남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을 출간한다!  [239p]

Posted by 뚤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