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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이분법은 이제 그만
뚤뭇
2010. 2. 15. 16:31
이틀 전 꿈을 꿨다.
자주 연락하지 않는만큼 친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는 친구 한 녀석이 꿈에 나타났다.
전혀 안 그런 녀석이 같이 길을 가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담배를 꺼내 문다.
응? 뭐지?
나는 꿈에서 이 친구의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담배가 나에게 공포심을 조성하는 단어가 된 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아이들이 하나, 둘, 담배를 손에 쥐었다. 이것은 금기의 벽을 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는 자기가 이끌어가겠다는, 자기 삶의 주인의식을 선포하는 발로였던 것이다. 물론 걔중의 찌질한 아이들은 열외로 하자.
그때만 해도 이런 것들이 내겐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고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남들 다하는 걸 안한다는 독특함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개인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담배는 나에게 있어서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욱한 담배연기는 뇌를 혹사시키는 자의 특권이자 휴게소가 되었으며 너와 나의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 주었다.
꿈에서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했드랬다.
'아 저놈이 진보의 진영으로 갔단 말이지.. 그래 뭐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군.'
그런데 이번엔 그 친구가 주차장으로 가더니 차를 타는게 아닌가. 돈도 없는 녀석이 차를 몬다는 건 나에게 또다른 파격이다.
자동차, 젊은이들의 자유의 아이콘.
배가 불룩 나온 회사원이 스포츠카를 타는 건 분명, 중고등학교 때 찌질하게 옆 친구따라 담배를 배운 사람이다. 그러나 집도 없고 절도 없고, 월급이란 말에는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 차를 탄다는 건(똥차스러울수록 더 멋있다.) 이 시대의 자본주의에 반발하고, 녹색지구를 외치는 자에게 차를 가지고 있어도 그런 것쯤은 나도 진정성을 가지고 인식하고 있다는 과감한 표현이 완성되는 것이다.
꿈에서 깬 그 날 아침의 기분 참 오묘했다.
이 시대에 자신이 의식의 진보자임을 자처하는 세대(대략 386?)들에게 진보라는 것은 무조건 장착해야 하는 기본장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좀 아리송하다. 나는 여전히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연대보다는 경쟁이 더 발전적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그네들의 연대의식은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뼛속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몇이나 봤나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나는 여전히, 마치 옛날에는 빨갱이가 시대의 죄인이었던 것 마냥, 나 자신이 진보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시대의 재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담배는 싫고, 경제력없이 차를 모는 것은 내게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쯤쓰고 나서 제목을 보니 내가 여기서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차분히 사람들을 관찰해보건대, 다분히 진보적인 사람도 매우 보수적인 행동을 하고 있더라, 그리고 보수적인 정치인도 누구보다 진보적인 행보를 걷는 사람이 있더라(우리나라에서는 못 봤다.)사실 사람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흑백논리를 가지고 온 이분법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 정말 오랜만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차를 타고 오더라도 사랑하자. (사실 개뻥이다. 진짜 그렇게 나오면 나는 모른척 하고 집에 가야겠다.)
자주 연락하지 않는만큼 친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는 친구 한 녀석이 꿈에 나타났다.
전혀 안 그런 녀석이 같이 길을 가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담배를 꺼내 문다.
응? 뭐지?
나는 꿈에서 이 친구의 행동이 당황스러웠다.
담배가 나에게 공포심을 조성하는 단어가 된 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아이들이 하나, 둘, 담배를 손에 쥐었다. 이것은 금기의 벽을 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는 자기가 이끌어가겠다는, 자기 삶의 주인의식을 선포하는 발로였던 것이다. 물론 걔중의 찌질한 아이들은 열외로 하자.
그때만 해도 이런 것들이 내겐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고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남들 다하는 걸 안한다는 독특함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개인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담배는 나에게 있어서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욱한 담배연기는 뇌를 혹사시키는 자의 특권이자 휴게소가 되었으며 너와 나의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 주었다.
꿈에서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했드랬다.
'아 저놈이 진보의 진영으로 갔단 말이지.. 그래 뭐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군.'
그런데 이번엔 그 친구가 주차장으로 가더니 차를 타는게 아닌가. 돈도 없는 녀석이 차를 몬다는 건 나에게 또다른 파격이다.
자동차, 젊은이들의 자유의 아이콘.
배가 불룩 나온 회사원이 스포츠카를 타는 건 분명, 중고등학교 때 찌질하게 옆 친구따라 담배를 배운 사람이다. 그러나 집도 없고 절도 없고, 월급이란 말에는 코웃음을 치는 사람이 차를 탄다는 건(똥차스러울수록 더 멋있다.) 이 시대의 자본주의에 반발하고, 녹색지구를 외치는 자에게 차를 가지고 있어도 그런 것쯤은 나도 진정성을 가지고 인식하고 있다는 과감한 표현이 완성되는 것이다.
꿈에서 깬 그 날 아침의 기분 참 오묘했다.
이 시대에 자신이 의식의 진보자임을 자처하는 세대(대략 386?)들에게 진보라는 것은 무조건 장착해야 하는 기본장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좀 아리송하다. 나는 여전히 지켜야 할 것이 많고, 연대보다는 경쟁이 더 발전적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그네들의 연대의식은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뼛속까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몇이나 봤나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나는 여전히, 마치 옛날에는 빨갱이가 시대의 죄인이었던 것 마냥, 나 자신이 진보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시대의 재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담배는 싫고, 경제력없이 차를 모는 것은 내게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쯤쓰고 나서 제목을 보니 내가 여기서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차분히 사람들을 관찰해보건대, 다분히 진보적인 사람도 매우 보수적인 행동을 하고 있더라, 그리고 보수적인 정치인도 누구보다 진보적인 행보를 걷는 사람이 있더라(우리나라에서는 못 봤다.)사실 사람을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흑백논리를 가지고 온 이분법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그 친구를 만나러 간다. 정말 오랜만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차를 타고 오더라도 사랑하자. (사실 개뻥이다. 진짜 그렇게 나오면 나는 모른척 하고 집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