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유학 준비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타이밍의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프랑스 현지의 어학원과 프랑스 대사관 영사과와 캠퍼스 프랑스의 업무가 겹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정된 대로만 진행된다면 별 문제야 없었겠지만, 우린 이미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을 만나 정상이 보이지 않는 등산을 하고 있다.
어학원 개강일에 맞춰 입학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 발생했는데 영사과 지문 등록 일자가 너무 늦게 잡혀버린 탓이다.
그전부터 이미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던 탓에 오늘 알게 된 이 사실 땜에 또 한 번 화가 났다. 오후에 삼실에서 호의 비보를 전해 듣고 한동안 멍하고 아득한 느낌이었다. 하나님이 우리의 힘을 얼마나 뺄려고 이러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인과관계에 의한 일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학원이 조금만 더 빨리 서류를 다시 챙겨줬더라면, 아니면 애초에 여름학기를 신청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수많은 우연의 연속 속에 살고 있다. 이 지점은 내가 잠시 잊고 살았던 대목이다. 회사에서 일하면 월급이 나오고 집세를 낼 수 있으며 밥을 먹을 수 있다. 하루의 여덟 시간 업무가 한달의 패턴까지 고정시키며 그렇게 일년 앞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우리네 삶. 이것들이 지금 어느 순간부터 무너진 것이다.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 무너지고 나니 비로소 우연이라는 거대한 변수,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영역에 맞딱뜨린다. 안정된 일상에서 일년 뒤는 고사하고 한 달 뒤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삶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 더없이 감사하다. 나는 지금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프랑스 회사에 이력서를 쓰고 있다
이건 시츄에이션이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