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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뚤뭇
2012. 9. 27. 21:55
나를 만나면 두 분은 번갈아, 쉬지 않고 말씀을 하신다.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그걸 대화라고 보긴 어렵고 나도 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든 어머니든 내게 일방적으로 뭔가를 계속 말씀하신다. 마치 평생 남들에게 들려줘야 하는 이야기의 총량을 정해 놓고 태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그 동안에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느라 그 양을 채우지 못해서 초조해진 사람처럼, 날이 갈수록 두 분은 점점 수다스러워지고 있다.
- 김연수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