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늘의 굿뉴스

뚤뭇 2011. 8. 20. 11:31


만일 내 동족이 구원만 얻는다면 내가 저주를 받아 크라이스트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폴



이전 글이 암울했다는 '정준희최악'님의 제보에 따라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 이야기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라이스트란 사람이 당시 로마의 지배하에 있던 작은 오랑캐 부족에서 반역을 저질렀다.
자신이 왕이라고 우긴거다.

로마에서는 이를 두고 코웃음을 치며 넘어갔는데, 정작 그 부족민들 중 지도자 무리가 노발대발했다.

크라이스트가 한 파격적인 발언의 의미는, 그 부족에서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던 슈퍼맨이 바로 자신이라고 떠벌린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글러먹은 놈이 갑자기 자신이 왕이라고 하질 않나, 더 나아가 온갖 마법도 신통방통하게 부리니까 평민들은 엄청 좋아라 했고, 이 열기가 겉잡을 수 없이 동네방네로 퍼져나갔다. 기득권 세력이었던 리더들은 자신들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물론이요, 그 기득권에서 멀어질까봐 이를 악물고 크라이스트를 죽이려고 했다.

그 결과 이 무리들로서는 다행스럽게도 크라이스트는 사형을 당해 죽었다.



폴은 원래 기득권 세력 중 한 사람이었다. 아주 훌륭하고 인품이 고매하고 뭇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한편, 크라이스트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잡아다 돌로 쳐 죽였다.

어느 날, 그가 크라이스트 매니아들을 잡아들이려고 원정을 나섰다가 그만, 죽었다고 생각했던 크라이스트를 실제로 만난다.
깜짝 놀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U턴했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던 무리의 친구들에게 크라이스트가 실제로 전설의 주인공이었다는 충격 발언을 한다.
목숨이 위태로워졌음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크라이스트도 매니아들로부터도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그가 했던 고백.

만일 내 동족이 구원만 얻는다면 내가 저주를 받아 크라이스트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폴

자신의 동포들이 크라이스트를 전설 속 주인공이라고 믿게만 된다면, 자신은 정작 크라이스트로부터 버림받아도 괜찮다고 말한 것이다. 동포애도 이런 동포애가 없었지만, 현실은 혼자 하는 짝사랑이었다.

그런데, 자기 몸을 다 불태우는 짝사랑은 원래 크라이스트가 원조였다. 그는 죽음으로써 그가 사랑했던 자신의 아버지와 이별을 하는 엄청난 손해를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세지를 파괴적이고 짜릿하고 몸서리치게 집착적으로 각인시켜주었다.

폴은 크라이스트의 자기 파멸적 짝사랑까지도 그대로 카피한, 크라이스트 매니아의 종결자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