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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성을 묻다

뚤뭇 2010. 12. 12. 01:37


유태인 프리모 레비는 나치에게 붙잡혀 끔찍한 포로 수용소 생활을 한다.
추위와 굶주림, 비위생적인 시설로 인한 온갖 병치레.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여기보다 더 허물어진 곳이 또 있을까.

숨을 쉬고 멎는 것은 자신의 선택권이 아니다.
몸부림을 치는 것은 살기 위함도 아니요, 온 힘이 다 빠져 버린 것도 죽기 위함이 아니다.
오로지 지금의 굶주림이라는 고통만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살아있는 지옥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프리모 레비의 시선은 다소 의아할 정도로 객관적이다.
그 일을 겪고 난 후에 쓴 회고록이라 할 지라도, 그의 체험담은 다분히 제3자의 입장처럼 들린다.
그러한 어법을 써서라도 실제와 이해 사이에 어떤 공간감을 두지 않으면 당사자는 그 현실을 오롯이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했나보다.

그는 말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